램값 1년 새 5배, AI가 메모리를 쓸어 가는 이유와 PC 구매 가이드
지난 4월 이 글을 처음 쓸 때도 메모리 가격은 이미 1년 전보다 몇 배나 오른 상태였다. 그렇다면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램 가격 상승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다나와 기준 삼성전자 DDR5-5600 16GB의 월별 최저가는 4월 314,790원에서 9월 339,960원으로 약 8% 더 올랐다. 1년 전(69,246원)과 비교하면 약 4.9배다.
이번 글에서는 4월 글을 전면 개정해 6개월 동안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숫자로 확인한다. 이어서 AI가 왜 하필 내 PC의 램을 먹어 치우는지, 그리고 지금 PC나 노트북을 사도 되는지까지 정리해 보겠다.
📝 2026년 9월 업데이트 : 4월에 작성한 「AI 가 어떻게 PC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을까?」를 최신 데이터 기준으로 새로 썼다.
램 가격 상승 3줄 요약
- 얼마나 올랐나 : 4월 이후 6개월 동안 약 8% 더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DDR5 16GB는 약 4.9배(6.9만 원 → 34만 원), DDR4 16GB는 약 2.3배(8.6만 원 → 19.4만 원)다.
- 왜 올랐나 : 같은 용량을 만들 때 HBM은 DDR5보다 웨이퍼를 약 3배 쓴다. AI 서버용 HBM에 생산 능력이 몰리면서 PC용 램이 밀려났다.
- 어떻게 할까 : 상승 속도는 둔해졌지만 하락 신호는 아직 없다. 필요하다면 지금 사되, 램 용량과 업그레이드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자.
6개월 사이, 램 가격 상승 어디까지 왔나
다나와 최저가로 본 실제 소비자 가격
체감 가격부터 보자. 다나와 최저가 추이(24개월)를 기준으로 삼성전자 램 두 제품의 월별 최저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시점 | DDR5-5600 16GB | DDR4-3200 16GB |
|---|---|---|
| 2024년 11월 | 48,550원 | 35,070원 |
| 2025년 9월 (1년 전) | 69,246원 | 86,000원 |
| 2026년 1월 | 283,900원 | 171,020원 |
| 2026년 4월 (첫 글 작성) | 314,790원 | 179,890원 |
| 2026년 9월 | 339,960원 | 193,980원 |
| 1년 상승 폭 | 약 4.9배 | 약 2.3배 |
눈여겨볼 구간은 2025년 10월부터 2026년 1월까지다. 이 넉 달 사이 DDR5 16GB 가격은 8만 원대에서 28만 원대로 3.5배 뛰었다. 반면 4월에 첫 글을 쓴 이후 6개월 동안은 31만 원대에서 34만 원대로 약 8% 오르는 데 그쳤다. 급등은 멈췄지만 내려오지는 않고, 높은 가격에서 조금씩 더 오르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오늘(9월 29일) 최저가는 349,900원이다.
흥미로운 점은 DDR4다. 그래프를 보면 DDR4는 DDR5보다 먼저, 2025년 여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주요 제조사가 DDR4 생산을 줄이며 단종 수순에 들어가면서 공급이 먼저 줄었기 때문이다. 이후 DDR5까지 급등하자 DDR4도 함께 올라 1년 전보다 약 2.3배 비싸졌다.
업계 계약 가격도 같은 방향
소비자 가격만 오른 게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TrendForce에 따르면 제조사와 PC 업체 사이에서 거래되는 범용 D램 계약 가격은 2026년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93~98% 올랐다. 2분기에는 58~63% 추가 상승이 예상됐고, 3분기 전망은 13~18%다.
즉 램 가격 상승 속도는 분명 느려지고 있다. 다만 이미 두세 배 오른 가격 위에서 또 오르는 것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
AI는 왜 하필 PC 램을 먹어 치울까
HBM과 ‘3대 1 웨이퍼 법칙’
원인은 4월 글에서도 다룬 HBM(High Bandwidth Memory)이다.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
HBM은 D램 칩 여러 장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AI 가속기 전용 메모리다. 문제는 만드는 데 웨이퍼가 훨씬 많이 든다는 점이다. Micron은 같은 용량을 만들 때 HBM3E가 DDR5보다 약 3배의 웨이퍼를 쓴다고 밝혔다. 다음 세대인 HBM4에서는 이 비율이 더 커진다고 한다(Tom’s Hardware).
쉽게 말해 웨이퍼 한 장으로 DDR5 3GB를 만들 수 있다면, HBM은 1GB밖에 못 만든다. 그런데도 HBM이 훨씬 비싸게 팔리니 제조사가 생산 능력을 HBM으로 돌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소비자 기기와의 제로섬 게임
반도체 공장(팹)은 짓는 데 수년이 걸린다. 결국 한정된 웨이퍼를 AI 서버와 PC·스마트폰이 나눠 가져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된 것이다. IDC는 HBM을 하나 더 만들면 그만큼 PC·스마트폰용 D램과 SSD 생산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엔비디아 GTC 2026 현장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이퍼 공급이 수요보다 20% 이상 부족하고, 이를 늘리는 데 최소 4~5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한국경제). 램 가격 상승 문제가 한두 분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램 가격 상승 이후 PC·스마트폰 시장의 변화
- 완제품 가격 인상 : Dell은 2025년 12월 중순부터, Lenovo는 2026년 1월부터 PC 가격을 15~20% 올렸다(TrendForce).
- 사양 축소 : 같은 가격에 램과 저장공간을 줄인 제품이 늘고 있다. 12GB·256GB이던 스마트폰이 8GB·128GB로 나오는 식이다.
- 보급형 시장 축소 : Gartner는 PC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16%에서 23%까지 오르면서, 500달러 이하 보급형 PC 시장이 2028년까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 교체 주기 연장 : 기업과 개인 모두 새 PC 대신 기존 PC를 더 오래 쓰는 쪽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PC·노트북 사도 될까? 상황별 가이드
결국 가장 궁금한 건 이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상황별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당장 필요하다면 : 기다리지 말고 사자
램 가격 상승 흐름이 꺾일 신호는 아직 없다. 업무나 학업에 당장 필요하다면 기다린다고 싸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같은 가격대에서 램 용량을 줄인 모델이 많으니 사양표를 꼭 확인하자. 2026년 기준 윈도우 PC라면 최소 16GB를 권한다.
기다릴 수 있다면 : 지금 PC를 점검하며 버티자
급하지 않다면 지금 쓰는 PC를 조금 더 오래 쓰는 것도 방법이다. 내 컴퓨터 윈도우 버전 확인하기로 현재 상태를 먼저 점검해 보자. 구형 PC라면 TPM2.0 없이 윈도우11 설치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업그레이드만 한다면 : 중고 램도 선택지
기존 PC에 램만 추가하려면 중고 램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DDR4 역시 가격이 크게 올랐으니 새 제품과 가격 차이를 먼저 비교하자. 기존 램과 같은 규격·같은 속도 제품으로 맞추는 것이 안전하다.
공통 : 노트북이라면 ‘온보드 램’부터 확인하자
요즘 노트북은 램이 메인보드에 납땜된 온보드 방식이 많다. 이 경우 나중에 램값이 내려도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 온보드 모델을 산다면 처음부터 넉넉한 용량을 고르자. 가능하다면 램 슬롯이 있는 모델이 더 낫다.
램 가격 상승, 언제쯤 풀릴까
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렵다. TrendForce는 3분기 상승 폭이 줄어든 이유로 이미 높아진 가격과 소비자 수요 위축을 꼽았다. 가격이 내려가서가 아니라, 너무 올라서 덜 오르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새 팹이 본격 가동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제조사들이 HBM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어서, 공급이 늘어도 PC용 램에 돌아오는 몫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2027년 이후를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맺으며 : 램 가격 상승 시대를 사는 법
4월 글에서 소개한 ‘가격이 더 오른다’는 전망은 결국 맞았다.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가격은 내려오지 않았다. 램 가격 상승 현상은 AI 시대가 소비자에게 보낸 첫 번째 청구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당분간 램을 “쌀 때 사 두는 부품”이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사는 부품”으로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가격 흐름이 크게 바뀌면 이 글을 다시 업데이트하겠다.
참고 자료
- TrendForce – 1Q26 DRAM 계약 가격 및 2Q26 전망
- TrendForce – 3Q26 메모리 가격 전망
- Tom’s Hardware – HBM이 PC 램 공급을 잠식하는 이유
- IDC – Global Memory Shortage Crisis 2026
- Gartner – 메모리 비용 급등에 따른 2026년 PC·스마트폰 출하 전망
- TrendForce – Dell·Lenovo PC 가격 15~20% 인상
- 한국경제 – 최태원 “웨이퍼 공급난에 2030년까지 메모리 부족”
- 다나와 – 삼성전자 DDR5-5600 16GB 가격 추이, DDR4-3200 16GB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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